“제가 느낀 대로 말하자면, 특정 부촌이 자본적·문화적 팽창의 한계점에 이르면 항상 그 주변의 동네에서 새로운 팽창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징검다리번역은 2021년 서울시-문체부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 25부작;”의 용산구 부문 설치미술 프로젝트 《후암마중》에 함께하며 기획 의도, 작품 설명, 시민 참여 프로그램 소개글, 평론, 개별 프로그램 제목 등의 다양한 글을 번역했습니다.

시민참여프로그램에 함께하셨던 도시공감협동조합건축사사무소 이준형 소장님의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서울이라는 단일 도시 내에서 동네 간의 우열 혹은 격차가 어떤 권력관계를 만들어내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어느 장소를 특별하게 혹은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그 장소에 모여들어 보금자리를 튼 사람들이 특별해서이기 때문이지만, 그 장소가 어느 궤도 이상으로 특별해지고 나면 원래 보금자리를 텄던 사람들이 상대적 취약 계층이 되어 쫓겨나기 쉽게 되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부른다고 알고 있어요. 비단 한국이나 서울뿐만이 아니겠죠? 제가 외국에서 느낀 대로 말하자면, 특정 부촌이 자본적·문화적 팽창의 한계점에 이르면 항상 그 주변의 동네에서 새로운 팽창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감정적인 측면에서는 안타까운 일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생명체가 자라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기도 해요.

이준형 소장님의 글은 동네가 어떻게 생명력을 얻는지, 어떻게 자본적·문화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지, 그리고 급격하게 성장한 동네가 어떻게 쇠락을 피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후암동만큼은 아니지만, 제가 사는 동네도 이와 공통되는 점이 많아서 더욱 관심있게 읽었던 것 같아요 🙂

코로나 시국 때문에 정작 번역을 진행했던 저도 아직 방문하지 못했습니다만, 후암동 근처를 지날 일이 있으시다면 《후암마중》에 한 번 들러 주세요! 용산도서관 인근의 옹벽(서울시 용산구 두텁바위로 160)을 따라 설치되어 있는 조형물입니다.

고객:서울시-문체부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25부작;”
프로젝트 기간:2021년 5월 ~ 9월
번역 방향: 한→영
업무:– 기획 의도, 작품 설명, 프로그램 내용 소개, 서지정보 등을 포함한 프로젝트 도록에 사용된 모든 텍스트의 번역
– 프로젝트 평론 번역
– 개별 프로그램 제목 번역(트랜스크리에이션)
(이미지 제공: 후암마중, https://instagram.com/huam_m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