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들은 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택시 기사 혹은 미용사 팔자가 결국 남의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팔자라고 들었어요. 저는 번역가라는 직업에 이와 무척 비슷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번역가라는 직업이 “서비스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사람들을 만날 때 그렇게 자주 설명하곤 해요.

번역가는 하루 종일 남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일이거든요.

어디서 들은 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택시 기사 혹은 미용사 팔자가 결국 남의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팔자라고 들었어요. 저는 번역가라는 직업에 이와 무척 비슷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십여 명이 넘는 사람을 매일 새로 만나는 것은 숫기가 없는 저에게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저는 많게 잡아도 하루에 세 명 정도 만나는 게 한계인 것 같아요.

번역을
1) 남의 이야기를 잘 귀기울여 듣는 일
2) 다른 사람에게 내가 들은 것을 잘 설명하는 일

이렇게 두 가지 업무로 나눌 때, 저는 번역가로서 전자가 훨씬 중요한 재능이자 자질이라고 생각해요. “들은 내용을 어떻게 설명할지 잘 모르겠다,”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만큼 정직하게 해결이 되거든요.

반면 “남의 이야기를 듣는 데 별로 관심이 없다,” “남의 말을 자기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 같은 지점에서 발생되는 문제들은 시간도 노력도 해결해 줄 수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번역은 서비스직일 수밖에 없는거죠.

이런 얘기를 하게 된 까닭을 설명하자면, 징검다리번역은 이번에 우숙영 작가님의 온라인 미디어 전시 <초록의 초상│The Portrait of Green>의 번역을 맡았어요.

후기를 쓰려고 워드프로세서를 열었는데, 이번에 맡기신 글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설명하려고 하니 “짧지만 묵직했다”라는 표현이 떠올랐거든요. 이 표현이 왜 떠올랐는지, 나의 어떤 사고방식에서 이 표현이 비롯된 건지,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이런 글이 되었네요 🙂

<초록의 초상>은 온라인 미디어 전시로 진행되고 있으며 http://nature-aiart.com/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고객:우숙영
주최:2021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지원 프로젝트,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번역 방향: 한→영
업무:– 작품 제목 번역(트랜스크리에이션)
– 작가노트 및 작가 약력 번역
(이미지 제공: 우숙영, http://nature-aiart.com/)